상도제일교회(조성민 목사)는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있다. 상도동은 서울치고는 조용한 동네다. 큰 쇼핑몰이나 마트도 없고, 높은 아파트도 별로 없다. 몇 해 전 고가의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는 했으나, 대부분 빨간 벽돌로 지은 다세대 주택과 연립이다. 1960년대부터 변화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달동네도 있다. 상도제일교회는 상도동에서 55년을 살았다. 몇 번 예배당을 옮기기는 했지만, 상도1동을 벗어나지 않았다. 옛 모습과 새 모습을 간직한 상도동에 뿌리내린, 전통 있는 교회다.

 

지역의 모습을 반영하듯, 상도제일교회 예배당은 구형 건물과 신형 건물이 붙어 있다. 적갈색 벽돌로 지어진 옛 건물에 회색 대리석 새 건물이 이어져 있다. 그런데 옛 건물과 새 건물이 반 층 정도 차이가 나서, 처음 온 사람은 여기가 몇 층인지 두리번거리기 일쑤다. 헷갈리기는 하나 밉지는 않다. 외려 지역의 특징이 교회 건물에 스며든 것 같아 재미가 있다.

 

   
서울 상도제일교회 예배당. 상도제일교회는 55년 간 변함없이 상도동을 지켜 왔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상도제일교회는 2008년, 지금 시무하고 있는 조성민 목사를 청빙했다. 반백 년의 전통 교회가 30대 후반의 젊은 피를 수혈했다. 신구는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뤘다. 젊은 목회자는 전통을 무시하지 않았고, 교회와 함께 나이를 먹은 교인들도 목회자를 존중했다. 조성민 목사는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상도제일교회가 지역에 깊게 뿌리내린 '지역 교회'라는 것을 잘 이해했다.

 

이웃의 행복이 곧 하나님의 영광

 

조성민 목사는 부임 후, 변하지 않는 교회 철학을 세우려 고심했다. 어느 날 마태복음 22장을 보다가 무릎을 쳤다. 한 율법사가 예수님께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예수님은 하나님을 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첫째 되는 계명이고, '둘째도 그와 같으니'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답하셨다. 둘째도 그와 같다는 말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 사이에 우위를 정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조 목사는, 하나님 사랑은 이웃 사랑으로 드러나야 하고 이웃 사랑이 곧 하나님 사랑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았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상도제일교회의 목회 철학은 '하영이행'이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이웃의 행복을 위하여'의 앞 글자를 땄다. 하영이행이라는 말은 상도제일교회 예배당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주보에도 빠지지 않는다. 예배 순서가 나온 면에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가, 인근 상점의 광고가 나온 면에는 '이웃의 행복을 위하여!'가 적혀 있다. 하도 하영이행 하영이행 하다 보니,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일이 이웃을 즐겁게 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교인들의 의식에도 자연스럽게 뿌리내렸다.

 

사실 조성민 목사는 상도제일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기 전까지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13년간 부목사로 사역했다. 새로남교회는 정부 청사 근처라 교인들은 대부분 중산층이었고 학력도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예부터 지역에 있던 교회가 아니라, 신도시가 들어설 때 세운 교회였다.

 

그러나 상도제일교회는 환경이 전혀 달랐다. 상도제일교회는 구도시에 있는 전통 교회였다. 교인들도 대부분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 사는 사람이다. 장로들의 조언에서 이 지역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다. “목사님, 여기는 도시 속에 있는 시골입니다.”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교인 한 명마다 다른 교인 30~40명이 줄줄이 엮여 있었다. 교인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상인들도 이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다.

 

   
▲ 아파트 주변 길거리를 청소하고 있는 성도들. 상도제일교회는 이웃을 즐겁게 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발로 뛰는 목사, 길에서 발견한 아이디어

 

조성민 목사는 정식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지역 교회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2008년 청빙이 확정되자, 아내와 함께 교회 인근 상점을 모두 돌아다녔다. 교회 인근에는 어떤 직종이든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보다는 소규모 자영업자가 많았다. 그렇게 발품을 팔면서 한 일은 대단한 게 아니었다. 상도제일교회에 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리고 인사하는 것, 그리고 어떤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는지 묻는 것이었다. 상점 주인 중에 상도제일교회 교인은 별로 없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는 주인들의 말을 형식적으로 듣지 않았다. 그해 5월 24일 위임 예배를 드리면서 순서지 뒷면에 상점 주인 26명의 바람을 짧게 정리해 적어 놓았다. "부흥하는 교회 되세요", "행복한 목회 하세요" 등 상투적인 말도 있었지만, "소외된 사람들을 잘 보살펴 주세요", "지역사회를 위해 많이 기도하는 교회 되세요"라는 주문도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교회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방해 주세요", "교회가 종교적으로 너무 닫혀 있거나 독선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열린 교회, 열린 성도님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등 교회가 좀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충고도 있었다.

 

그저 선전용으로 상점 주인들의 말을 써놓은 건 아니었다. 조성민 목사는 즉시 주차장을 개방했다. 조 목사가 부임하기 전, 주민들은 교회 주차장이 텅텅 비는 평일에도 주차장을 개방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교회 소유이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교회인데'라는 생각에 불만이 있었던 것이다. 조 목사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물론 주차장 개방을 반대하는 장로도 있었다.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일반 사람들이 들어오면 당장 담배꽁초나 쓰레기가 많아지고 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였다. 조 목사는 그런 부분까지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역 주민이 행복해야 교회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교인들을 설득했다.

 

조 목사의 상점 방문은 부임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 상점 주인들을 찾아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한번은 동네 슈퍼 주인이 "교회가 왜 물건을 다른 지역에 가서 사느냐"고 불만스럽게 얘기했다고 한다. 교회에서 차를 타고 조금 나가면 대형 마트가 있는데, 거기가 물건값은 조금 더 쌀지는 몰라도 다녀오는 비용과 이것저것 둘러보는 시간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지역 상점에서 사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말이었다. 조 목사는 그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맞아. 저 사람의 말이 성령의 음성이야.' 그다음부터 조 목사는 교인들에게 물건 살 때 큰 마트에 가지 말고 꼭 집 주변 상점을 이용하라고 얘기했다. 교회도 지역 상점을 이용한다.

 

상점 주인들과의 대화를 교인들과 나누지 못해 아쉬워하던 찰나, 조성민 목사는 지역 상점들의 이야기를 주보에 담기로 마음먹었다. 상도제일교회 주보는 앞뒤 합쳐서 총 8면인데, 그전에는 담임목사의 설교나 칼럼이 들어갔다. 조 목사는 담임목사에게 할애했던 난을 과감히 없애고, 매주 주보 한 면에 인근 상점 소개를 싣자고 제안했다. 하나님께 십일조를 하듯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주보 한 면을 쓰자고 장로들을 설득했다.

 

이후 조 목사는 상점 주인을 만나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한두 시간 동안 여러 가지를 묻고 답했다. 대화를 정리해서 주보에 들어갈 상점 소개말을 직접 썼다. 주인에게는 딱 한 가지만 요구했는데, 주보를 가지고 그 상점을 방문하면 혜택을 달라는 것이었다. 주인들은 흔쾌히 수락했다. 상도제일교회에서 찍는 주보는 매주 1,000부가 넘는다. 상점으로서는 매주 1,000명에게 무료로 광고하는 셈이었다. 무료 광고에 비한다면 자기 물건 10%, 20%, 3,000원, 5,000원 할인은 주인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벌써 7년째 주보 한 면을 지역 상점 광고에 쓰고 있다. 한 상점마다 한 달 동안 광고가 나간다. 상도제일교회 홈페이지 '이행' 게시판에는 상도제일교회 주변 상점 201개에 대한 소개가 정리되어 있다. 조 목사는 요즘에도 상점 주인들과 인터뷰한다.

 

"한두 시간 대화하면서 다 듣게 돼요. 이분들이 교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신앙을 가졌다가 버리게 됐는지, 가정사는 어떤지 등등. 그렇게 말문이 트이면서 마음이 통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분들이 교회에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있어요. 주차장을 개방한 것이나, 주보에 상점 광고를 실은 것이나 다 상점 주인들과 얘기하면서 시작된 거죠."

어느 날 새벽 기도를 하다가 조성민 목사의 머릿속에 매주 주보에 나오는 광고와 혜택을 한곳에 모으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쿠폰북'으로 전도한다?!

 

상도제일교회가 자랑하는 '쿠폰북'은 그렇게 탄생했다. 교회는 2012년 10월, '상도동 주민을 위한 쿠폰북'을 발행했다. 교회 인근 상점의 할인 혜택을 손바닥만 한 길이의 작은 책에 담은 것이다. 교회에서 만든 쿠폰북이라고 우습게 보지 마시라. 여기에는 음식점과 카페는 물론 병원, 주유소, 안경원, 학원, 은행, 문구점, 미용실, 사진관 등 34개 업체가 참여했다. 혜택도 뛰어나다. 중앙대학교병원 특진료 30% 할인, 우리은행 환전 90% 할인, 동작주유소 리터당 70원 할인, 아이월드 안경원 30% 할인……. 페이지를 넘길수록 '헉' 소리가 난다. 다른 건 몰라도 저 정도 환전 우대나 주유소 할인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디자인도 전문 업체에 맡겼다. 쿠폰북을 작은 크기로 만든 것도 '여성들의 파우치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를 고려한 전략이다. 조성민 목사의 말마따나 백화점 쿠폰북보다 예쁘고 알차다.

 

교회는 이 쿠폰북을 4만 부 찍어 노방전도에 사용했다. 쿠폰북 사이사이에는 상도제일교회 소개가 들어가 있다. 과하지는 않다. 34개 업체 소개와 쿠폰 중 네 쪽만 교회 소개다. 담임목사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각 페이지 뒷면에는 조성민 목사의 설교 내용 중에 좋은 구절이 들어갔다. 기독교적인 용어가 쓰인 것도 있고 그냥 격언 정도의 문장도 있다.

 

쿠폰북을 처음 받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대박’이다. 요즘 길거리에서 나눠 주는 교회 전도지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 일쑤다. 어떻게든 버리지 않게 하려고 교회들이 머리를 굴리지만, 참신한 건 별로 없다. 그나마 실용적인 물휴지나 포스트잇은 버리는 경우가 덜하다. 그러나 상도제일교회 쿠폰북은 절대 휴지통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냥 전도지인 줄 알고 차갑게 무시했던 사람이 되돌아와 쿠폰북을 달라고 한 적도 있다. 전도하는 교인들도 괜히 어깨가 펴진다.

 

교회는 탄력을 받아 이듬해 5월, '어린이·청소년만을 위한 쿠폰북'을 발행했다. 이건 특별히 더 심혈을 기울였다. 담임목사의 격언 따위(?)는 과감하게 뺐다. 여기에는 초·중·고등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업체 29개가 참여했다. 어린이 의류, 실내 놀이터, 신발, 떡볶이 가게, 피아노 학원 등이 있다. 기자가 정말 놀란 건 한 안경원의 혜택이 '써클렌즈 1+1'인 것이었다. '아니, 여학생들이 써클렌즈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지?!' 상도제일교회는 이 쿠폰북도 4만 부를 찍었다. 교회 주변 초·중·고등학생들이 2만 2,000명 정도 되는데, 그 아이들에게 적어도 하나씩은 나눠 주자는 생각에서였다.

 

아무리 참신하다 해도 이걸로 전도가 될까? 이 정도면 돈도 꽤 많이 들고 발품도 많이 팔았을 텐데, 그만큼 효과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상도제일교회는 '쿠폰북을 줬으니 반드시 교회에 오겠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교회가 주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한 번 주었을 뿐이라며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딱히 쿠폰북 때문에 오는 건 아니겠죠.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이 교회에 처음 올 때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겁니다. 그래서 교회가 좋은 이미지를 주는 게 아주 중요해요. 요즘 교회 이미지가 많이 안 좋잖아요. 여기에서 올라가기가 힘들어요. 저는 우리 교회의 사역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거라고 봐요."

   
▲ 상도제일교회가 자랑하는 '쿠폰북'은 조성민 담임목사가 낸 아이디어다. '쿠폰북'을 통한 교회 문턱 낮추기에 힘쓰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회 안 다녀도 들어오세요

 

상도제일교회는 지역 상점과 연계하는 일 외에도 기본적인 봉사와 구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매달 첫째·셋째 수요일 아침 조성민 목사와 부교역자 8명이 함께 상도1동 주민센터에서 지정하는 지역을 청소한다. 작년 12월 30일에는 '주민 자율 청소 우수 참여 단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에서 상도 받았다. 매 주일 오후 1시에는 교인들이 교회 인근 아파트 단지를 청소한다. 2012년 아파트 단지에 입주가 시작되었을 때는 '상도제일콜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못질, 전구 교체 등 간단하지만 까다로운 일을 접수해 교인들이 해결해 준 것이다.

 

상도제일교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일 하나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주민들도 쉽게 교회에 드나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작년부터 '상도제일문화원'을 열었다. 아이들을 위한 영어 교실, 성품 교실과 노인들을 대상으로 문화 교실을 운영한다. 교인만을 위한 게 아니어서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수강료도 시중보다 좀 더 저렴하다. 문화 교실 강좌는 색소폰, 기타, 하모니카, 드럼 등 악기 연주부터 붓글씨, 풍선 아트, 뜨개질, 생활 영어, 중국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처음에는 신청자가 적어 고민했지만, 이제는 지역에 어느 정도 알려져서 교인보다 외부인이 더 많아졌다. 색소폰 강의에는 승복을 입고 참석하는 스님도 있다.

 

물론 교회가 노력한다 해도 비기독교인이 교회에 드나드는 게 흔한 광경은 아니다. 그러나 상도제일교회는 교회 문턱을 낮추는 방법을 계속 고민한다. '지역 교회'는 신자든 비신자든 지역 주민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봉사와 전도, 아슬아슬 '줄타기'

 

교회가 열심히 봉사해도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쿠폰북을 만들어 나누고, 동네를 청소하고, 문화 교실을 여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하지만, 결국 전도·포교가 목적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교회를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조성민 목사는 이런 부분을 굳이 에둘러 표현하지 않았다.

 

"전도할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주민들을 섬기면서 상도제일교회의 이미지 제고를 꾀하는 것도 맞고요. 하지만 우리가 지역을 섬기는 게 무슨 사기 치는 건 아니잖아요. 진심으로 봉사하고 또 진심으로 주민들이 행복해지기를 원하기 때문에 교회로 인도하는 거죠.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전도, 외줄 타기라고 생각해요. 항상 아슬아슬하지만, 떨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요."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할까 언제나 고민하는 상도제일교회는 주민들의 영적인 부분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실제로 노방전도도 열심히 한다. 그러나 반드시 상도제일교회에 등록하라는 것은 아니다. 상도제일교회는 금요 철야 기도회 때마다 상도동 일대에 있는 교회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기도한다. '우리 교회'뿐만 아니라 지역에 있는 교회도 역할을 잘 감당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역 주민들도 상도제일교회를 포교에만 집착하는 교회로 보는 건 아니다. 일단 인근 상점들은 교회의 관심에 고마워한다. 쿠폰북이나 상도제일교회 주보에 소개된 업체들은 할인 쿠폰을 싣는 것 외에 어떠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 고객인 지역 주민들에게 교회가 나서서 무료로 광고해 주는 셈이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수익이 크게 늘어나는 걸 기대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일단 한번 와서 먹게 하는 게 어려운 법이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주민들도 좋아한다. 교인들이 전도하려고 집 문을 두드릴 때는 살짝 불쾌해하기도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쿠폰북은 받아 둔다. 상도제일교회에 새로 등록한 교인 중에는 그동안 교회에 나가지 않았지만 쿠폰북은 사용해 봤다는 사람도 꽤 있었다. 교회 좋고, 주민 좋고, 상점 좋은 일석삼조다

 

   
▲ 노인대학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상도동에는 노인들이 많다. 조 목사는 노인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정답' 아니어도 '대안1' 되고 싶어

 

조성민 목사는 앞으로의 사역 방향을 두 가지로 정했다. '다음 세대'와 '실버 세대', 다음 세대는 점점 줄고 실버 세대는 점점 늘고 있다. 조 목사는 쿠폰북 3탄으로 청년을 위한 쿠폰북을 구상하고 있다.

 

예배당 안에 '실버 카페'도 만들 생각이다. 상도동에는 노인들이 많은데, 주변에 쉴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조 목사는 실버 카페에 '흡연실'을 둘 계획이다. 너무 파격적이지 않느냐는 기자의 말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거 안 만들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어르신들은 안 오세요. 그분들을 위해 만드는 건데…. 교회가 담배 피우는 걸 권할 수는 없지만, 어르신들이 맘 편하게 계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조성민 목사는 상도제일교회가 이런저런 사역을 한다는 것을 내세우고 싶지 않다. 부임한 지 7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뭔가 대단한 걸 하는 것처럼 보이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가 <뉴스앤조이>의 취재를 수락한 건 한 가지 이유에서였다.

 

"교인 수천수만의 대형 교회보다 상도제일교회처럼 지역에 뿌리박은 전통 교회가 아마 전국에 더 많을 겁니다. 한국교회가 전체적으로 침체된 시기에 무엇이라도 하나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정답'은 아니어도 '대안1'이라도 되면 좋겠습니다."